
자이언티의 음악은 대단한 사건을 크게 설명하기보다, 평범한 말 한마디에 이상한 온도를 남기는 방식으로 기억된다. 2018년에 발표된 EP ZZZ도 그렇다. 제목만 보면 잠들기 직전의 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랑과 자기 이미지, 관계의 어색함과 기억에 관한 여러 장면이 짧은 러닝타임 안에 배치되어 있다.
※ 이 글은 공식 발매 자료와 공식 음원·뮤직비디오 정보를 확인한 뒤 작성한 리뷰 초안이다. 발매 사실과 트랙 정보는 출처를 표시하고, 곡의 분위기와 앨범 흐름에 대한 평가는 감상자의 해석으로 구분했다.
- ZZZ 기본 정보
ZZZ는 2018년 10월 15일 공개된 자이언티의 EP다. 디지털 음원 서비스에서는 7곡, 약 19분의 앨범으로 확인되며, YG Entertainment의 공식 발매 안내에는 실물 앨범 전용 수록곡인 ‘눈 (Feat. 이문세)’을 포함해 총 8곡으로 소개되어 있다.
트랙리스트는 ‘아이돌’, ‘멋지게 인사하는 법 (Feat. 슬기 of Red Velvet)’, ‘My Luv’, ‘말라깽이 (Feat. E SENS)’, ‘어허’, ‘잠꼬대 (Feat. 오혁)’,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그리고 실물 앨범에 수록된 ‘눈 (Feat. 이문세)’ 순서다.
이 앨범은 처음부터 하나의 무드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YG 공식 안내에 따르면 커버 역시 피지컬과 디지털이라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두 장의 음반으로 나뉘어 공개됐다. 이 설명을 알고 들으면 ZZZ라는 제목도 조금 다르게 읽힌다. 잠드는 소리 같지만, 잠들기 전 머릿속에 뒤섞이는 생각과 감정의 조각을 함께 가리키는 제목처럼 느껴진다.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길이 안에서 감정의 방향이 계속 움직인다는 점이다. 첫 곡에서는 이름과 스타일을 가지고 장난을 걸고, 타이틀곡에서는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을 바라본다. 중반부에서는 사랑의 일상성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불편함이 드러나고, 후반부에서는 말로 정리되지 않는 기억과 편지의 감정으로 이동한다.
- ‘아이돌’과 ‘멋지게 인사하는 법’
첫 곡 ‘아이돌’은 앨범의 입구다. YG 공식 자료는 제목의 어감과 당시의 최신 유행 스타일을 이 곡의 출발점으로 소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특정 인물을 설명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모습과 실제 마음 사이에 생기는 간격, 그리고 그 간격을 일부러 재미있게 다루는 태도가 곡의 첫인상을 만든다.
뒤이어 나오는 타이틀곡 ‘멋지게 인사하는 법’은 슬기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다. 해외 음원 정보에서는 ‘Hello Tutorial’이라는 영어 제목으로도 확인된다. 자이언티의 가늘고 독특한 음색과 슬기의 선명한 목소리가 함께 놓이면서, 혼자 하는 독백보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장면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 곡을 관계의 시작에 관한 노래로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제목에 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어떤 표정과 말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진다. ‘멋지게 인사하는 법’이라는 제목은 바로 그 어색함을 숨기지 않는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잘 보이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어 있다.
타이틀곡의 매력은 사랑을 거대한 감정으로 선언하지 않는 데 있다.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단계, 대화가 조금씩 이어지는 단계,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단계가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공식 소개 역시 이 곡을 명절에 개봉할 법한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에 비유한다. 이 설명은 곡의 가벼운 표정과 따뜻한 전개를 이해하는 데 좋은 단서가 된다.
- ‘My Luv’와 ‘말라깽이’
‘My Luv’는 앨범의 시선을 일상적인 사랑으로 가져온다. 거창한 고백보다 연인 사이에서만 통하는 말, 별것 아닌 행동, 반복되는 습관을 생각하게 만드는 곡이다. YG 공식 자료도 이 곡을 연인 사이의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로 소개한다.
사랑을 다루는 곡이지만 ZZZ 안에서는 지나치게 달콤한 방식으로만 놓이지 않는다. 앞의 타이틀곡이 만남의 시작과 어색함을 보여줬다면, ‘My Luv’는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진 뒤에 보이는 평범한 순간을 바라본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하루가 이어지는 이유, 상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작은 행동에 남는 방식을 살피는 곡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말라깽이’에는 E SENS가 참여했다. 공식 소개에서는 이 곡을 자이언티 자신과 가장 닮은 곡으로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앨범은 연애 장면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과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이 다를 때 생기는 불편함,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감정이 핵심이다.
이 곡은 제목만 보고 외형에 관한 이야기로 단정하기보다, 사회가 정한 이미지와 자기 인식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어 하지만 자연스러움 자체가 하나의 연기가 되기도 한다. 자이언티는 그런 불편한 지점을 정색하지 않고 자신의 말투와 리듬 안에 넣는다. 그래서 ‘말라깽이’는 앨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개인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트랙처럼 작동한다.
- ‘어허’, ‘잠꼬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어허’와 ‘잠꼬대’는 ZZZ의 후반부를 여는 연결 구간이다. YG 공식 자료는 ‘어허’를 다음 트랙인 ‘잠꼬대’의 프리퀄 같은 곡으로 설명한다. 이 설명을 따라가면 두 곡은 서로 다른 노래라기보다, 말이 되기 전의 감정이 꿈과 잠꼬대의 형태로 흘러가는 한 장면처럼 보인다.
‘잠꼬대’에는 오혁이 참여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곡의 스케치 단계에서 오혁의 목소리가 떠올라 협업을 의뢰했고, 잠꼬대라는 테마에 꼭 완성된 노랫말이 필요한지 고민한 끝에 오혁의 가이드 보컬을 수록했다. 이 작업 방식은 ZZZ가 언어를 다루는 태도와 잘 맞는다. 정확한 문장보다 목소리의 질감과 발음이 먼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앨범의 마지막 정규 트랙인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는 몇 달 전 받은 편지에서 출발한 곡으로 소개된다. 앞선 곡들이 관계를 시작하거나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면, 이 곡은 이미 지나간 감정과 타인에게 쉽게 공개할 수 없는 사연을 바라본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는 순간 생기는 미안함과 망설임이 곡의 배경이 된다.
이렇게 보면 ZZZ의 흐름은 단순한 사랑 노래 모음이 아니다. 첫 곡에서 이름과 이미지에 장난을 걸고, 타이틀곡에서 관계의 시작을 바라본다. ‘My Luv’에서 일상의 사랑을 지나 ‘말라깽이’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후반부에서는 잠꼬대와 편지라는 형태로 말하기 어려운 마음에 도착한다. 앨범의 짧은 길이가 오히려 이 흐름을 선명하게 만든다.
- 실물 앨범 수록곡 ‘눈’과 전체 감상
‘눈 (Feat. 이문세)’은 디지털 트랙리스트와 실물 앨범의 차이를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곡이다. YG 공식 발매 안내는 이 곡을 피지컬 앨범에만 수록된 곡으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음원 플랫폼에서 7곡으로 표시되는 정보와 실물 앨범 기준 8곡이라는 정보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발매 형태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ZZZ는 큰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앨범이다. 대신 한 사람이 하루 동안 겪는 감정의 온도 차이를 짧은 장면들로 보여준다. 사람을 만나기 전의 어색함, 가까워진 뒤의 사소한 애정, 자기 모습에 대한 불편함, 잠결에 흘러나오는 말, 남에게 보여주기 망설여지는 편지까지 서로 다른 장면들이 한 앨범 안에서 이어진다.
자이언티의 보컬은 이런 곡들을 과장된 감정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말을 다 하지 않고 남겨두는 여백이 있고, 그 여백 안에서 청자는 자신의 기억을 가져와 곡을 완성하게 된다. ZZZ가 오래된 앨범인데도 여전히 낯설지 않은 이유는 특정 시대의 유행보다 사람 사이의 어색함과 평범한 애정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EP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자이언티의 대표곡만 알고 앨범 전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 짧지만 곡마다 표정이 달라지는 음악을 찾는 사람, 사랑과 자기 고백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듣기보다, 타이틀곡 이후 ‘My Luv’와 ‘말라깽이’를 지나 후반부까지 이어서 들어보면 ZZZ의 구조가 더 잘 보인다.
확인 자료


